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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 : 농장과 아버지

어제는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농장에 가보았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잊고 있다가 어머니랑 단 둘이서 갔었습니다. 매번 겨울에만 한국에 왔었기에 농장의 이런 녹색의 싱그러움을 몰랐었는데 요번엔 여름에 오게 되서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이곳의 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고향이라는 말이 왠지 동요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분명 이곳은 제가 어릴적부터 국민학교때가지 자란 곳입니다
저의 아버님은 젊으셨을때 이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시작동기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정말 나무를 사랑하십니다. 여러가지 분재도 키우시고 일평생 나무랑 사셨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닙니다. 뒤에 보이는 이 큰나무는 제가 태어났을때 1m도 않돼는 묘목을 심었던게 이처럼 커져 버렸습니다. 이곳엔 저와 나이가 똑같은 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태어났을때 아버지가 씨를 뿌리셨다고 합니다.
바로 이곳은 제가 어릴적 아버지랑 같이 사진을 찍었던 곳입니다. 약 30여년전 찍은 사진이죠. 사진 뒤에 보이는 작은 소나무들이 이처럼 커버렸습니다. 아버진 지금은 다른일을 주로 하시지만 이 농장에는 지난 30여년동안 아버지가 그 뜨거운 여름날 흘린땀들이 베어 있습니다. 만일 나무에 이름이 있었다면 아버지는 그 모든 나무의 이름을 다 기억하셨을 겁니다. 어릴때는 아버지의 직업이 부끄러울때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란을 써낼때면 뭐라고 적어야할지 잘 몰랐고 아버지의 옷과 손에는 항상 흑이 뭇어 있던것이 싫었습니다.
이제는 이처럼 험한일을 감당할수 없는 나이가 되버리신 지금에도 항상 마음은 이 나무들에게 가있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심어놓은 고추밭. 그냥 취미로 심어놓은 고추들은 우리집의 무공해 저녁반찬이 됩니다. 평생 한길을 걸어오신 아버지 그리고 그 길을 불평하시면서도 함께하신 어머니. 오늘 그 길위에 그 아들이 서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길은 점점 희미해져가며 결국 영원히 붙들고 있을수 없는 길임을 막연히 느낌니다.

한국에 들릴때마다 농장에 다녀오려고 생각은 하는데 자주 못하네요.
다음번에 갈때는 꼭 들렸다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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